2000년에 교수님은 "이제 know-how의 시대는 가고 know-where의 시대가 왔다."라고 하셨는데 그 후로 이십여 년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know-how-to-ask의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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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업계에서만 그런 지는 몰라도, 이번 주는 마치 시간을 압축한 듯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 일과 관련해 변화가 급격해서 그런지 ‘10년이 1주 같았다’고 평가되는 지난 주 보다 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기술 문서를 쓰고, 또 제품으로서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우선순위가 높아 보이진 않아서 미뤄두고 있다가, 제품에 GPT를 어떻게 반영해 볼까라는 주제로 월요일 아침에 회의를 하고, 화요일에 아이디어를 디벨롭하고 수요일에 한참 테스트를 하고 집에 갔는데 다음 날 아침 그 모든 아이디어의 상위호환이 된 툴을 대기업에서 이미 멋지게 출시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었다. 🤯
먼저 만들어서 황망했다기 보다는(사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 같이 알맹이 없어 보이는 말이 이렇게 와닿는 날이 오다니.. 하는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매일 쏟아지는 변화를 체감하면서 놀랍고 흥분되는 한편, 묘하게 평온한 느낌도 든다. 오히려 비교적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저 트윗을 보고 느낀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뭔가 더 아는 것, 할 줄 아는 것을 넘어서 이제 좋은 질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본질적인 것으로의 회귀 혹은 큰 방향 전환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지식을 얼마나 흡수하고 있는지’가 중요했고, 이어서 ‘뭔가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나 ‘기술을 가지고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다. 그러다 갑자기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지다니. 놀랍다.
대상과 방법은 다르지만 좋은 질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진 게 내심 좀 반갑다.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은 곧 사고와 성찰의 깊이를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질문을 만들고 대화하는 능력, 내가 한 질문과 나눈 대화에 대해 돌아보는 능력이 위에서 말한 실행 능력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 같진 않았다.
좋은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깊게 생각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시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의 생각과 태도를 성찰하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이런 자질들이 인공지능 툴을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역량은 불릿으로 나타낼 수 있는 평가 항목 그 자체가 되진 않아도, 아마 그 평가 항목들의 바탕이자 본질이 될 것이다.
조금 원론적인 이야길 한 것 같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미친 듯한 속도 변화 속에서 FOMO(Fear of Missing out: 어떤 것을 자신만 놓칠까 봐 걱정하는 것)나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에 의해 어떤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스스로 그리고 외부(인공지능이든 사람이든)에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