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20대 때 한 수업에서 사회경제적 기준으로 나 자신을 뜯어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성별, 학력, 사는 지역, 출신, 성적 지향, 장애와 질병 유무, 경제력, 외모, 나이 등으로 스스로 객관화해보는 작업이었다. 그 시간이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난다. 나는 당시 경제력이 없는 여성이었지만 고학력자였고, 어리지만 장애와 질병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객관화해보고 나면 타인에 대해서도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허용하게 된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도 직장에서 성차별을 겪을 수 있다. 지병을 가지고 있지만 고학력자일 수 있고, 성소수자지만 서울에서 산다는 특권을 누리기도 한다. 주류 인종이 아닌 곳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도 있고 지방대 출신이지만 정규직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88%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뿐만 아니라, 언제 소수자가 될지도 알 수 없다.

물론 ‘차별은 옳지 않다’는 믿음이 내가 당사자라는 데서만 비롯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류 정체성과 함께 소수자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인지해 볼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과 판결문은 의미 깊었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사회란 게 그렇게 크고 거창하지 않다. 

“추가로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 감정, 지능, 능력, 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인되고 있고,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