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나왔을 때는 딱히 실감하지 못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배달 앱이 크게 흥하고 있었다. 나는 앱을 잘 다운받아 쓰지도 않는 사람이었는데 둘러보니 주변 친구들, 지인들 모두 IT 업계에 있었다. 빅 테크 기업이 아니더라도 IT 업계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서 젊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런 나 역시 어쩌다보니 졸업 후 쭉 IT 기술과 관련있는 회사에 다녔고 지난 5년 동안은 엔지니어로써, 또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후 꽤 시간이 흐른 요즘 종종 생각한다. 내 삶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고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나 많은 에너지를 들여 기여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사람들에게 가장 빠르게 음식을, 옷을 배달해주는 일, 더 많은 결제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내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일까?
또 기술로 문제 해결을 하려는 사람들이 ‘말이랑 마차 대신에 차가 있다는 게 너무 기쁜걸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막연히 실리콘밸리는 한국보다 더 진보적이고 윤리적으로 민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거나 기사를 보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사업적 판단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임팩트를 낼 수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은 정말 중요한 역량으로 여겨지지만, 제품 윤리나 기술적 사고방식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확실히 기르기도 어렵고 중요한 역량도 아니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기술이나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 개인을 평가하는 역량에 포함되지 않는 이상 각자 기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질문이 많아진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에 돌아볼 수도 있는 건 아닐까? 당장 일이 급한데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고를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이 내 말에 공감, 아니 이해나 할 수 있을까?) 20대 내내 모든 결정, 즉 모든 해결 방법에는 정치적인 견해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고가 훈련된 나와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하고 싶은 내가 충돌한다. 우리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인터뷰이의 답변이 와 닿았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며, 모두가 문제 해결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단순 기술적 문제 해결을 넘어 그 한계나 영향력에 대해서도 인지하는 실무자가 되고 싶다. 물론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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